신불자 대책과 은행
정부는 생색만 내고 뒤처리는 은행에 떠맡기는 게 한국 금융의 현주소다.”
자산관리공사(KAMCO)와 은행들간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신용불량자의 채권 매각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한 시중은행 임원의 입에서 터져나온 볼멘소리다.
지난달 재정경제부는 기초수급자인 신불자 15만5000명의 채권을 KAMCO를 통해 해당 은행으로부터 사들인 뒤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난 후 10년간 원금만 나눠 받는다는 내용의 기초수급자 신불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대책은 신불자들의 재기 의지를 높이고 은행도 최소한의 원금 회수를 할 수 있어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 매각 가격을 둘러싸고 은행과 KAMCO 사이에 이견이 커 자칫 매각 과정이 지연돼 신불자 지원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기초수급자의 채권 매각은 정부의 각별한 의지에 따라 추진되는 정책인 만큼 적정 가격이 매겨져야 한다는 은행들의 주장에 대해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이들의 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만큼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입 가격을 대폭 낮출 수밖에 없다는 KAMCO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게다가 재경부가 기초수급자에게 대출을 해줬던 은행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채권 매입 가격을 ‘시장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정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은행들은 KAMCO가 과거 부실채권 매입 때 액면가의 8∼10%선에서 사들였던 전례가 적용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KAMCO는 원금의 4∼6%를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어 실제 매입 가격은 2∼3%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재경부를 등에 업고 사실상 칼자루를 쥐고 있는 KAMCO의 계산 방식을 따를 경우 최대 3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같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신불자들이 이렇게 양산된 데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대출 세일 등에 앞장서온 은행들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신불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에서 금융기관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회사 이미지를 예쁘게 포장하는 것보다 사회적 사명을 다하려는 금융기관의 모습에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모아진다는 것을 종사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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