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부

어느 새 시계는 새벽 1:3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기서 더 밀려선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개시. 오늘 닥본사한 회차는 무려, 19회가 아닌가. 희한한 게, 그 난리가 났던 초반부보다 근래들어 집중도가 높아졌다. 컴퓨터는 물론 등까지 끄고 집중해서 보는 드라마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정이 들어버린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고마운 작품이다, <왕과나>. 내 애정을 봐서라도 짱 먹으시라마.

 

리뷰를 쓰면서 몇 번 받은 질문이 있다. 한 회 리뷰에 얼마나 걸리세요? 답은 '몇날며칠'이다. 조금씩 나눠 쓰면서 완성이 된 날 열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실 작성일자가 조금씩 지나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다보니 진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장점은 있다. 느릿한 호흡과 복습이 최초 시청에서 발견하지 못한 매력을 보게 한다. 가령, 이 13부만 해도 그렇다. 장안의 논란이 됐던 개똥씬이며 합궁씬 등의 분명 자극적이긴 했던 설정들과 세 주인공의 눈이 짓무르도록 길고도 높았던 멜로 비중으로 질타가 쏟아졌던 한 주 아닌가. 애정을 갖고 보는 사람에게도 불편함과 걱정이 난무하는 회차였는데 웬걸. 평상시처럼 '좋았던 씬' 위주로만 캡쳐 했는데도 여타 회차에 뒤지지 않는다. 다시 훑어봐도 솎아내고 싶은 부분이 없다. 나 또한 분위기에 휩쓸려 문제점에만 집중했던 건가. 어쨌든, 이래서 뒷북 리뷰는 소중하다.

 

 

동아. 누가 널 이리 만든게냐, 누가, 누가!

아무도 강요한 사람 없소.

내가……내 마음이 시켜서 이리 한 게요.

 

일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대다수 사극과 마찬가지로 <왕과나>는 전반적으로 대사가 길다. 사자성어가 난무하는 등 난이도도 쉽지만은 않지만 큰 장점은 전달력이 뛰어나다는데 있다. 매 대사마다 목적과 명분이 확실하고 캐릭터적 특성 또한 살아있기 때문일 거다. 그런 점에서 이 천동의 대사는 <왕과나>답지 않게 짧고 단순했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이것대로 또 다른 맛이 있고 그 맛은 훌륭했다. 내 마음이 시켜서 (자궁을) 하였다는데 정말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랴. 사실 천동이 스스로를 거세하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들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 행한 선택이라는 점. 적어도 스스로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연기도 Great.

 

 

 

연모하는 마음에 어찌 귀천이 있을 수 있겠느냐.

네 무슨 마음으로 양물을 잘랐는지 더는 묻지 않겠다.

허나, 네 오늘 이후로 소화아씨를 연모하는 마음을 접어야 할 게다.

그 분은 임금님의 여인이시다. 내시의 몸으로 임금의 여인을 탐한다면은

네 몸도 마음도,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명심하거라.

 

그 분은 훤히 들여다 보고 계신다, 천동의 마음을. 또한 헤아리고 이해하고 계신다. 다만 그 비극적 결말이 불 보듯 뻔하기에 만류할 수 밖에 없다. 내시로서 왕의 여인을 가슴에 품는다는 건 다만 불가한 일이다. 조치겸 또한, '그랬다간 목숨줄이 날아갈 것이야,' 혹은 '내시로서 자격을 등질 셈이냐' 정도로 평이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네 몸은 물론 마음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이것이 바로 천동 앞에서는 내시를 넘어 인간이 되는 조치겸의 차별된 화법이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새삼 느끼건데, 이래서 결국엔 처선이 주인공 맞나 보다. 어떤 인물이건 간에, 그것이 꼭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처선 앞에서는 가장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내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울긴요,

울긴요,

울긴요,

:

나 왠지 이 대사 좋아. 지금까지 성종 대사 중 BEST?!

약간의 어색한 톤과 맞아 떨어져 오히려 더 진심처럼 들린다.

정말 말보다 마음이 앞서는, 어쩔 줄 모르겠고 미안함 가득한 그런 다독임.

여자로 하여금, 그래서 오히려 더 안겨 울고 어리광 부리고 싶게 만드는 남자의 말.

이 얼마나 느낌 있고 리얼리티 살아있는 굵고 짧은 대사더란 말인가, 허허허…

게다가 무엇보다 고주원의 연기톤과 어울리다니 그것이 금상첨화로다.

 

 

 


늘해랑 고물창고 벨로씨엘 날라리천사 ♡♡해피니스♡♡ 그의 이야기 유학일기 바빌론 리더겐 공중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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