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집 풍경


예전에는 미리 상가를 알리는 붉은 등이 상가 집 처마에 걸리면, 그 등을 보고 상가인줄 알고 문상을 했다.

문상객들은 친척이나 아는 사람들이 하게 마련이지만, 초청하지도 않았으나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문상을 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는 배가 고파서 문상한 대가로 밥과 술을 청하여 먹고, 또 노자도 얻어서 떠난다.

좀 도가 지나친 사람들이 있다면, 초상이 나서 슬픔에 쌓인 집에 금전과 음식을 요구하면서 데모를 하는 거지패거리가 가장 성가신 존재들이었다.

이들은 문상은 제쳐두고, 무조건 요구하는 만큼 돈을 내라고 마구잡이로 떼를 쓰면서 상주들을 한 번 더 가슴 아프게 했다.


다 못 살던 시절이라서 경찰들도 적극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 그 행패를 당하는 상갓집은 힘든 과제의 하나였다.

그래서 상주들이 부의금에서 얼마씩을 때어주고는 그들의 행패를 막았다.


요즈음은 다들 먹고 살만하니까, 이런 몹쓸 짓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있다면 친척들 중에서 덜 떨어진 사람들이 가족들을 못 살게 한다.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경황 중에 부고를 하니 득달같이 달려온 홀로 노래하는 가수가 있었다.

젊은 시절 지방에서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한량으로 지내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요즈음처럼 노래방시설이 나오기 전에 머릿속에 많은 노래를 알고 있었고, 어느 자리에서나 노래 잘 부르는 장모님의 조카였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홀로가수는 동네잔치에 나와서 마을 사람 전체와 노래 대항을 해도 결국 이기는 사람이었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 처음에는 인사를 안했다.

상주인 작은 조카가 문상을 끝낸 그 사람을 접대하고 있었다.

초상을 입은 첫날이라 문상객도 얼마 없어 다들 돌아가고, 그 홀로 가수만 남았다.

간밤에 잠을 설친 상주들을 잠시라도 눈을 붙이게 하려고, 빈소의 문을 조금 가리려고 하는 데, 작은 조카가 나를 가수에게 인사를 시켰다.

아내의 이종사촌이며 나에게는 손윗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사정을 말했다.

“간밤에 병간호와 초상이 겹쳐서 상주들이 40여 시간을 잠을 못 잤고, 벌써 새벽시간이니 상주들이 잠시 눈을 붙이도록 자리를 비워 주었으면 좋겠다” 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내 말을 들은 그 홀로 가수는

“상주들이 잠이 무슨 잠이냐, 같이 밤을 새야지” 하면서 미동도 하지 않고 빈소로 술상을 들고 와서 퍼질고 앉아서 또 술을 마셨다.

“이모 한 잔, 내 한 잔”

“이모 한 잔, 내 한 잔”

장모님 살아생전에 내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홀로 가수는 내 속을 확 뒤집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상주들에게 이렇게 몰인정하고 시건방지게 하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무뢰한이라는 생각이 되었다.

아이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빈소에서 일단 자리를 피했다.

나를 따라서 상주들이 모두 빈소 밖으로 나왔다.

왜냐하면 상가 집에서 시끄러우면 이 무슨 창피일까. 돌아가신 어른을 욕되게 하는 것이었다.

홀로 남은 홀로 가수는 여전히

“이모 한 잔, 내 한 잔” 하던 것이 싱거워지니까, 이제는 영정 앞에서 골프 치는 손짓 흉내를 냈다.

이런 모습은 맘 약한 자들이 허우대로 하는 짓거리였다.

“당장 여기서 나가시오”하고 내가 떠밀어냈다.

“밀지 마, 나도 이모의 조카야‘

“영정 앞에서 골프 치는 쌍스러운 조카는 어른이 마다 하니 나가시오” 하고 혈압을 좀 올렸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홀로 가수는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돌아갔다.

그 날도 상주들은 밤을 하얗게 세고 이튼 날 저녁이 되었다.

초저녁에 몰려들 온 문상객들은 간단히 모두 떠난 뒤에, 가까운 일가친척들만 장례식장 여기저기 모여 앉아서, 이런 애경사가 아니면 얼굴 볼 수가 없기에 서로 안부가 자심하게 오고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새벽에 장모님의 외손녀딸이 엉엉 울면서 쇼를 하기 시작했다.

누구하고 먹었는지 외손녀가 술이 거나해서

“할머니 한 잔, 내 한 잔”

“할머니 한 잔, 내 한 잔” 하면서 내속을 미식 거리게 했다.

 

큰 사업에 실패한 외손녀가 돌아가신 장모님 앞에서 한풀이를 하는 모양이었다.

아내가 조용히 외손녀를 데리고 나가서 타이르기를 여러 번했지만, 이미 날이 다 샜다.

아침에 발인이 이른 시간에 있었기에 그 밤도 또 잠을 설쳤다.


예전의 거지들이 상주들을 피곤하게 하더니 그들이 가니까, 요즈음 인생에 실패한 친척 중에서  한 두 명이 빈소로 몰려와서 울고 싶은 마음을 한없이 쏟아내는 모양이었다.

이런 실패한 인생들은 집집마다 한 둘씩 있어서, 모두 술이 취하거나 신세한탄으로 상주들을 더 피곤하게 한다.


하여튼 어떤 행사든지 이런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어야 끝을 보는 모양이다.

지금도 한밤이면,

[어른 한 잔 먹고, 나 한 잔 먹고] 로 어디선가 날이 새고 있을 것이다. 

          

    


늘해랑 고물창고 벨로씨엘 날라리천사 ♡♡해피니스♡♡ 그의 이야기 유학일기 바빌론 리더겐 공중그네
이 글의 관련글
2주간 인기글2주간 인기글이 없습니다.

트랙백 주소 :: http://hd-primeloan.com/trackback/50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