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신용대출 영역 파괴




“연 금리 6.5%가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 맞아?”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5)는 21일 신용대출을 받으러 강남의 저축은행에 들렀다가 혼란에 빠졌다. 저축은행에서 시중은행권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 보통 1, 2, 3금융권 순서에 따라 신용등급을 보고 신용대출 금리를 높여 대출해 준다. 더구나 김씨는 TV에서 A대부업체의 ‘무이자’ 광고를 보고 “진짜 무이자라면 은행보다 돈 빌리는 것이 더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 무가지 광고를 봐도 혼란스럽다. 대부업체가 아닌 B캐피털사가 비금융권 영역의 고금리인 49.5%의 금리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대출 시장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은행, 카드, 저축은행, 캐피털, 대부업계의 기존 금리 영역이 붕괴되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 은행의 10%대 이하 저금리 영역에 저축은행이 파고드는가 하면 50% 이하 중·고금리 영역에는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대부업계가 치열한 영업 경쟁을 하고 있다.

■6∼20% 금리대 신용대출 ‘4파전’

연 금리 6∼20% 구간은 은행,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의 각축장이 됐다.

5∼10% 금리 대출상품 판매에 주력해 온 은행권은 최근 대출심사 기준을 완화해 저신용등급 고객까지 껴안고 있다. 그러나 최근 SC제일은행은 20% 금리에 달하는 ‘세렉트론’ 상품을 출시했다. 한국시티은행 직장인신용대출은 16.85%, 하나은행 CSS대출은 14.69%, 대구은행 CSS신용대출은 14.14% 금리의 상품을 각각 판매하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신한카드가 카드론 이자율을 기존 연 9.8∼21.8%에서 연 7.6∼32.8%로 넓혔다. LG카드도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10∼20% 인하했다. 기업은행 카드 현금서비스는 11.25∼26.8%에서 8.0∼27.4%로, 하나은행 카드의 현금서비스는 16.72∼25.52%에서 9.9∼26.9%로, 한국시티은행 카드 현금서비스는 15.99∼27.99%를 9.9∼27.9%로 각각 금리권을 대폭 확장했다. 시중은행은 고금리 영역으로 확장하고 카드사는 저금리 영역을 파고들면서 기존 금리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10∼30% 금리권에서 영업해 온 저축은행도 최근 6∼50%대로 금리 영역을 위아래로 확장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은행권 고객을 겨냥한 6.5% 금리의 신용대출상품을 내놨다. 솔로몬저축은행도 조만간 8%대 상품을 내놓는다. 시중은행의 우량 신용등급 고객과 대부업체의 저신용등급자까지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캐피털사도 저축은행과 전략이 유사하다. 현대캐피탈이 최근 최고금리를 7.9%에서 6.5%로 내렸고 대우캐피탈은 반대로 49.5%금리로 저신용 고객 확보에 나섰다.

■대부업 고금리 시장 쟁탈전 ‘후끈’

특히 30∼50%대 저신용등급자 시장을 놓고 캐피털, 저축은행, 대부업체 간 영업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등록 대부업체의 이자상한선이 56%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여 대부업체들이 저금리 영역확장에 나선 가운데 2금융권들은 대부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금리대로 넓히고 있다.

HK저축은행은 40∼50%금리 상품을 준비해 대부업 고객 공략에 나섰다. 이 저축은행은 최근 직제를 개인신용대출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한 TV광고를 준비 중이다. HK저축은행은 대부업 고객인 신용등급 8등급 고객 대상으로 50%대 금리의 대출 상품을 판매한다. 또 카드회사의 고객층을 겨냥한 20∼30%대 금리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제일저축은행도 30%대 금리의 대출상품을 개발 중이다.

일수대출로 유명한 미래저축은행의 ‘일수대출’ 실적도 대부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은행은 9등급 고객까지 상대하며 연 25%의 사업자대출을 제시하고 있다. ‘러시앤캐시’를 비롯한 ‘산와머니’ ‘웰컴크레디라인’ 등 대형 대부업체는 지난해 평잔비 기간 중 대손율이 4∼7%대를 기록했다. 이는 고객 100명 중 5명만 회사에 연체에 따른 손해를 끼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실효이자율이 60%대임에도 이 정도 대손율은 놀랍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보대출과 중기대출에 이어 신용대출시장을 놓고 금융영역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금리 파괴 현상 및 금리 인하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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